우리나라에서 특히 인기가 좋은 에릭 쿠 감독의 2005년작.
우리나라 상영관에서도 개봉이 되었지만 꼴랑 전국 다섯개 관, 어찌보면 많다고 해야하나? 관객수는 찾아보나마나 참담했을 것이다. 볼 것 없고 들을 것 없는 영화를 싫어하는 보통의 20대 초중반 국내 영화관객에게는 잠자기 좋은 영화라고 생각된다. 새벽에 본 터라 나 역시 깜빡 졸 뻔 했으니 말이다.
그 이유는 대사의 부재다. 영화속에서 주인공들에게 직접적인 언어전달은 익숙하지 않다. 집안 식구들에게까지 구박받는 뚱뚱한 건물 관리원도, 아내를 잃었다는 것 조차 인지하기 싫어하는 늙은 남자도 말하지 않는다. 친구에게 버림받은 여자는 자살을 시도한다. 외로우나 외롭다고 말하지 못하는 소외된 이들이 과연 누구에게 '내 곁에 있어줘'라고 말할 수 있을까. 누구에게도 손을 내밀지 않는다. 단지 지푸라기 같은 소통을 위하여 극단의 방법을 사용하거나 당연히 거절받을 편지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에게 간다.
소통 할 대상이 없다는 건 사회성의 일부가 없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은 소통을 원하고 소외되길 바라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인터넷이라는 공간 마저 친목의 장소로 이용을 하지 않는가. 이전 세대에는 호환, 마마가 무섭다고 하지만 우리 세대에는 소통의 단절에 의한 소외를 두려워한다. 홀로 밥을 먹거나, 상영관에서 영화를 보거나, 여행을 가는 것을 싫어한다. 이러한 내용을 영화적 네러티브를 통해 에릭 쿠는 잘 풀어놓았다. 그러나 에릭 쿠 감독은 이 영화의 주제는 '희망'이라고 했다. 어떤 희망일까. 사회의 울타리 밖에서 서성이는 그들도 이해하고 용서하고 사랑 받을 수 있는 그런 '희망'일까?
2005년 칸 영화제 감독주간 개막작으로 초청받기도 한 이 영화는 실제 데레사 칸의 이야기를 영화 속에 삽입시켰으며 그녀를 직접 출연시켰다. 혹자들은 그녀의 목소리가 거슬린다고는 하나, 오히려 나에게는 그녀의 목소리 자체가 하나의 에피소드의 질량에 버금가는 감동이었다.
나도 그런 사람이 있었다. 보기만 해도 우울하면서도 포근한 그런 느낌.
생각한다.
그래, 지금 눈 내린 밤거리를 사박사박 걷는 듯한 느낌이 든다.
maksoju, 2006.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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