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7일부터 30일까지 서울 상암동 월드컵 공원에서 '대한민국 우리술 대축제'가 열렸습니다.지역별로 작은 양조장에서 만드는 술들을 한 곳에서 맛볼 수 있는 행사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 특히 전통 지역술들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꼭 참가해야할 축제라는 생각입니다.
특히나, 술을 좋아하는 막소주는 이런 행사에는 귀가 번쩍 트이는데요. 아니나 다를까,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는 경우는 없지요.
개인적으로 한국술의 역사에는 세번의 위기가 있었다고 봅니다.
첫번째가 영조시절의 금주령, 두번째가 일제시대의 수탈정책, 세번째가 박정희의 양곡관리법입니다.
첫번째로 조선시대에는 시시때때로 금주령이 내려지긴 했었는데 국가 비상시, 가뭄이 들어 흉년이 들었을 때는 자주 왕명으로 금주령이 내려졌다고 합니다. 허나, 지체높으신 양반님들께서 그런 것을 신경 쓰기나 했을까, 일부 특권층에서는 약처럼 마신다 하여 '약주'라는 명칭으로 금주령을 피해갔다고도 합니다. 그래서 사실 맥이 끊길정도의 위험한 정도는 아니었지요. 그러나 두번째의 일제강점기의 수탈정책에서 주세법과 주류먼허제도를 시행하면서 일본의 대형업체들에게 시장을 빼앗기게 되고, 남아있던 양조자들도 이른바 탁주, 청주, 소주로 획일화되어 지역의 전통주는 점차 명맥을 잃어가게 되었습니다. 일제시대 이전에는 전국 양조장이17만개 이상 산재되어 있었으나 15~19도로 알코올도수가 높은 우리 술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다 하여 지역 할당제를 실시하여 세 개 지역당 (면 단위)양조장 1개씩으로 규제했는데 해지된 것은 불과 1999년이라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세번째는 양곡관리법인데요, 간단히 설명하면 쌀로 술을 만들지 말라는 법입니다. 소위 먹을 쌀도 없는데 마실 술이 어디있느냐 이거죠. 한마디로 그나마 남아있던 대부분의 전통주 양조장은 업종을 바꾸거나 문을 닫았습니다. 그나마 막걸리는 옥수수 막걸리, 조껍데기 막걸리 등 쌀을 대신할만한 것들을 찾아 만들었는데 이마저도 체계적으로 관리가 되지 않았습니다.
조선시대 문헌에 등장하는 전통주만 하더라도 600종이 넘는다고 합니다. 집에서 만들어 마시던 술(가양주라고 하지요)까지 합치면 그 숫자는 16만종 이상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가문이나 지역에서 간신히 명맥만 유지하는 숫자가 200여종, 현재 상표등록을 하여 판매되는 전통수의 개수는 30여종을 간신히 넘긴다고 하니 상당히 심각한 경우라고 봐야겠습니다.
이래서 우리술 대축제는 그 의미만으로도 상당히 중요한 축제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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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에는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가 열렸습니다.
몇가지를 시음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해두었습니다만, 품평회의 일반인 참여는 그리 많지 않는 듯 싶었습니다.
전년도 수상을 한 주류들을 전시했더군요.
전국의 110개 양조장이 참가하여 막걸리의 맛을 시음할 수 있도록 준비했는데,
각 지역별 업체들만의 맛의 특색을 한자리에서 비교할 수 있는 자리가 가장 중요하지 않은가 싶습니다.
전국 팔도를 돌아다니며 맛을 보아도, 백여개가 넘는 양조장의 그 맛을 정확하게 기억할 수도 없으니까요.
시음은 이러한 위와 같은 잔을 대여 및 구입하여 시음을 할 수 있도록 했는데, 검정색 잔은 5,000원, 흰색 잔은 2,000원 이었습니다.
잔을 반납하면 환불해주는 방식이었습니다만, 이러한 안내가 미흡하여 대부분의 사람들이 잔이 없이 업체에서 나누어주는 작은 종이잔으로 마시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기어코 주최측에서도 안되겠는지 돌아다니며 잔이 없는사람에게 나누어주면서 반납하라고 하더군요.
이런 방식으로 조금씩 받아마시면 됩니다. 검정색 잔이 안쪽으로 살짝 파여있어 시음하기 좋아, 저의 경우에는 검정색 잔으로 임대했습니다만, 깨끗하게 훑어먹어도 잔에 남아있는 미량의 막걸리가 다른 막걸리의 맛과 섞이기 때문에 조금 안타까웠습니다. 개인적으로 물티슈를 들고다니면서 닦아가며 먹는 편이 좋겠습니다.
저는 탄산이 많고 달달한 막걸리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대표적으로 서울장x먹걸리 같은 막걸리는 그닥 좋아하지 않습니다. 특히 뒷맛이 끈끈하게 단맛을 당긴다던지, 살짝 쓰고 신맛이 느껴지는 아스파탐 같은 합성감미료를 넣은 막걸리도 그닥 좋아하지 않습니다. 110개 업체의 막걸리를 모조리 찾아봤지만 100% 합성감미료를 넣지 않은 막걸리는 10%도 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조금은 충격적이었습니다. 특히 한 때 유해성 논란으로 회자되었던 스테비오사이드가 첨가된 막걸리도 발견되었습니다. 스테비오사이드의 경우 과거 소주에 무조건 첨가되던 감미료였습니다. 설탕의 300배 정도의 단맛을 내는 물질인데, 유독성 논란으로 요즘에는 표기 자체를 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물론 스크랄로스 같은 무해하다고 알려진 감미료도 있긴한데, 가격이 아스파탐에 비해 상당히 높은데다가 이녀석 또한 당장은 부작용이 없다고해도 안전하다고 판단하기에는 이른감도 있습니다. 사실 인공감미료의 유해성 논란은 하루에 제로콜라(아스파탐 첨가) 15캔씩 마셔대는 사람이 아니고서야 그다지 신경쓸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찝찝한 마음은 왠지 감출수가 없죠.
또한 이러한 합성감미료는 본연 그대로 느껴질 수 있는 재료의 맛과 향을 죽이는데 있어 일등공신이라고 할 수 있죠. 그러나 이날, 수십명의 양조 관계자들에게 '아스파탐'을 넣지 않고 만들 수 없느냐를 물었을 때, 대부분의 답변이 '달달한 맛을 없앴을 때 소비자가 싫어한다'라는 것입니다. 팔리지 않는 막걸리를 만들 수 없는 양조장의 입장이 참 안타까웠습니다. 결국 소비자의 몫이라는 것이죠.
토마토 막걸리부터, 복분자 막걸리까지 다양한 막걸리를 맛볼 수 있는 공간이 몇 곳이나 될까요.
이러한 막걸리를 모두 맛볼 수 있는 술집을 차려도 장사가 잘 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날, 많은 분들이 시음장을 찾아 시음을 즐기셨는데 대부분이 어르신들이더군요.
19세 이상이라면 술을 즐기는 것도 하나의 풍류 아니겠습니까.
안쪽에서는 간단한 안주류를 판매하고 있었는데, 이 조차 리플렛에도 나와있지 않아 찾는 손님이 많지 않았습니다.
호수를 따라 멍석을 깔고 작은 조반상을 두어 간단하게 막걸리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까지는 좋은데...
좋은데...
주변 마트에서 사온 안주 냄새 때문에 막걸리의 향이 느껴지지도 않을 정도였으니까요. 주최측에서 어느정도 가이드라인을 정해줬어야 한다고 봅니다. 술을 맛보고 체험하자는 공간이지, 술판을 벌이자는 공간은 아니잖아요. 오히려 한쪽으로 몰아 홍어냄새 때문에 코를 막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더 좋을 뻔 했습니다.
개인적인 참관자 입장으로서 불쾌하더군요.
이외에도 메인 이벤트, 술 특별관, 전통주와 전통음식의 만남, 식품 명인주 홍보관, 체험 이벤트 등
다양한 볼거리 즐길거리를 만들어 시음 이외에도 간단하게 돌아볼 수 있도록 만들었더군요.
합성감미료를 많이 넣은 막걸리는 빼고 대부분의 막걸리를 맛보았지만 이날 맛을 본 가장 최고의 막걸리는 초가에서 생산하는 '백화미인'입니다.
합성감미료를 첨가하지 않으면서도 순수 배양발효로 도수를 18도까지 올렸으며, 도수가 18도인데, 알콜향을 기가막히게 잡아냈고, 목넘김까지 부드러워 18도라고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맛이었습니다. 물론, 개인적인 입맛의 차이가 있을 수 있으므로 태클은 사전 금지입니다. :-)
따로 한 박스를 주문하여 받아 마실 예정입니다.
개인적으로 맛을보지 못해 안타까웠던 곳은 배혜정 주가의 41도 쌀소주와 한산 소곡주 였습니다.
두 제품은 따로 구입해 맛을 볼 예정입니다. :)
끝으로,
위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탄산이 많고 달기만한 막걸리를 좋아하는 일반인들의 입맛이 바뀌어야 제대로 된 막걸리가 일어설 수 있습니다.
아스파탐이 없으면 막걸리를 만들지 못한다는 업주가 있을만큼 인공감미료에 대해 제조사와 소비자들은 둔감합니다.
달달한 막걸리를 좋아하는 당신,
이제는 쌀의 맛과 누룩의 향을 느낄 수 있는 진짜 막걸리를 먹고 싶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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