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대 전, 서울대 의대의 장비목록을 취합하는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었다. 당초 예상하기로는 힘든 일이 아니었지만, 초기에 나누어준 양식대로 목록을 만들어오지 않는 바람에 100 페이지가 넘는 목록의 대부분을 수정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바람에 짜증이 머리 끝까지 솟구친 기억이 있다. 아래한글 파일로 가지고 오라고 파일까지 만들어 나누어주었건만, 심지어 액셀로 뽑아오던 과도 있었으니 기가차지도 않았다.
그러던 어느날, 학교 직원들과 함께 점심을 먹으러 나서는데, 나의 업무를 책임지고 있는 주사보 한 명이 자신의 차에 타라는 것이 아닌가. 뭐 나야 마다할 이유가 없으므로 차에 함께 올라 출발했다. 그러헥 도착한 곳은 종로 3가 구석에 자리잡고 있던 허름한 칼국수 집이었다.
당시 한그릇에 2,500원으로 기억하는데 그 이후로 계속 찾았던 집이기도 하다. 지금은 3,000원으로 500원이 올랐다.
골목은 들어오는 반대 방향에서 촬영한 사진이다. 그러니까 사진에 보이는 저 골목으로 들어오게 된다.
입구로 들어가면
이런 테이블과
이런 방이 있다. 안에는 의외로(!) 에어컨이 있으므로 땀으로 샤워할 일은 없다.
내가 기억하기로는 이 양념장 대신에 청양고추를 잘개 썰어 놓은 그릇이 있었는데 바뀌었나보다. 양념장은 보통 집에서 만들어 먹는 양념장과 특별히 다른점을 찾지 못했다. 이런 양념장은 많이 넣을 경우 칼국수의 기본 맛을 버릴 수도 있으므로 가급적이면 조금만 넣고 먹는 편이 좋겠다. 파와 고추가 간장과 고춧가루 등등으로 양념되어있으므로 그다지 맛깔스러운 맛을 내지는 못한다. 오히려 파와 고추, 양념장이 따로따로 나와 입맛대로 넣어 먹는 편이 좋을 듯 싶었다.
칼국수 집은 김치가 맛있어야 하고, 설렁탕 집은 깍두기가 맛있어야 하며, 심지어 통닭집은 초절임무가 맛있어야한다.김치는 딱 칼국수와 함께 먹기 좋을 정도로 익었고, 특별한 맛은 없었으나 오히려 그런 김치의 담백함이 칼국수의 맛을 살려주었다. 그러나 김치에는 손이 많이 가지 않았다. 그닥 점수를 많이 얻지 못한 까닭이 아닐까.
칼국수에는 젓가락으로 휘젓기 전과 후의 모습이다. 방금 담아 나왔는데도 불구하고 양이 틀리게 보인다. 그만큼 국물을 많이 넣어준다는 것일까? 양은 성인 남자 한 명이 먹기 충분한 양이지만, 매우 많은 편은 아니다. 사골이나, 닭, 조개를 넣어 만든 칼국수보다 시원하거나 깊은 맛을 내지는 못하지만 호박과 감자, 소량의 수재비로 맛을 낸 칼국수 치고는 훌륭한 맛이다. 또한 직접 면을 뽑기 때문인지 면이 꽤 쫄깃하다. 그렇다고 해도 한 그릇의 가격이 3,000원이라니! 맛이 그리 뛰어나지 않더라도 고픈 배를 채울 겸 한번쯤 오고 싶은 가격이다.
maksoju, 2005.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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