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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 4가 / 시계골목 곰보냉면

Posted 2008/01/09 15:16, Filed under: 맛에 관한 것들/서울


소위 서울에 위치한 3대 함흥냉면은 오장동 함흥냉면과 명동 함흥냉면, 그리고 이곳을 말한다. 종로 4가와 5가 사이 시계골목에 위치한 이 곳의 상호는 곰보냉면이다. 처음 가판에서 냉면장사를 할 때 부부의 얼굴에 천연두의 흔적이 있어 곰보냉면으로 불리다 상호를 곰보냉면으로 정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처음 장사를 시작했던 주인은 미국으로 이민을 갔고, 두번째 주인이 인수하여 20년 가량 장사를 해 온 집이다. 이 냉면집의 바로 옆에 원조 옛날함흥냉면이라는 냉면집이 있는데 이 곳도 처남, 매부지간으로 맛의 차이는 미비하다고 한다. 물냉면의 맛이 많이 다르다고 하는데, 함흥냉면집에서 물냉면을 먹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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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적인 오래된 식당의 풍경이다. 나무 탁자와 의자. 벽에 걸린 그림들, 바닥재까지 말하지 않아도 오랫동안 한 곳에서 장사를 해왔다는 이야기다. 80년대 식당처럼 요즘 유행하는 백세주 메뉴판 대신 음식이 나오는 조리실 입구 위의 유리에 메뉴와 가격을 도장(?)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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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에 앉으면 컵과 주전자가 앞에 놓여진다. 주전자에는 육수가 있으며 넉넉하게 들어있어 몇 컵을 마셔도 부족함이 없다. 오히려 냉면 맛보다 육수 맛이 괜찮다는 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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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빔냉면을 시켰는데도 불구하고 실제로 내 앞에 놓여진 '회냉면'
홍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터라 회냉면보다 비빔냉면을 선호하는데, 이 곳의 정점은 회냉면이라는 말이 있어 물리지 않았다. 물론 진짜 '홍어'는 아니다. 맛을 본 혹자들은 간재미라고 하는데 아무래도 일반 가오리 같았다. 음식을 손님 앞에 놓기 전에 '잘라드릴까요?'라고 묻는다. 잘라달라고 하면 일괄 사등분을 내어놓는다. 식성에 따라 자를수도 있고 자르지 않을 수도 있겠다. 자르지 않고 따로 가위를 달라고 해서 입맛대로 자르는 편이 가장 좋을 듯 싶다.
솔직한 평을 하자면 맛이 없었다. 냉면 그대로의 맛을 위해 겨자 식초를 넣지 않고 회와 냉면을 섞지 않았다. 그럴리는 없겠지만 공장면을 맛본듯한 뻣뻣한 면발과 심심한 다데기 맛이 과연 50년을 이어온 맛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대기는 맵지도 않고 달지도 않은 아주 적당한 맛이겠으나, 냉면이 그렇다는 건 맛이 심심하다는 이야기다. 오히려 달기만 한 가오리 회를 얹어 먹어야 적당한 맛이겠다. 비빔냉면보다 회냉면이 유명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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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골목 사람들은 이 곳에서 냉면보다 만두국이나 갈비탕으로 식사를 대신하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소문보다 맛이 뛰어난 곳을 찾기가 어렵다고 하지만, 이 곳은 있는 그대로의 맛보다 50년이라는 내공과 분위기를 함께 양념하여 맛을 느껴야 한다는 생각이다. 부담가지 않는 담백한 냉면을 찾는다면 이 곳을 추천한다. 그러나 오장동만큼 깔끔하거나 깨끗하지도 않고, 서비스의 질이 좋은 것도 아닌데도 불구하고 6,000원이라는 가격은 맛에 비해 비싼 건 사실. 시장에서 부담없이 한 그릇 먹을만한 음식이 아닌, 괜찮은 갈비탕 한 그릇 가격으로 바뀌어버린 것을 슬퍼해야 할까.

maksoju, 2006.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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