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십자 훈장 (Cross Of Iron, 1977)
Posted 2008/01/08 22:21, Filed under: 영화 한 토막내 취미는 영화감상이 아니다. 그저 영화를 보고 감상하는 시간이 내 생활의 일부분이라고 느낄 때가 행복하다. 그렇다고 해서 보지 못한 좋은 영화를 찾지 못해 안절부절하는 영화광도 아니다. 소설과는 다른 맛이 난다고 할까. 소설을 읽는 행위를 과일로 비교하자면 꾸준히 씨도 뱉어가며 여러개를 따먹어야 하는 포도 같다. 한입 베어물면 대부분의 맛을 아는 것 같아도 아직 먹어야 할 양은 많고, 햇빛을 많이 받은 면의 과육과 받지 않은 과육의 맛의 차이가 있듯 영화은 사과나 복숭아 같다고 할까.
수많은 영화 중에 가장 좋아하는 장르를 골라보라면 단연코 전쟁영화다. 벌써 제대한지 오년이 지났음에도 가끔 꿈에서 나타나는 군대 시절의 기억도 일정량을 포함하고 있겠지만, 어렸을 때부터 전차, 전투기 등에 관심이 많았고, 특히 권총과 소총에 많은 애정을 쏟았다. 아카데미에서 최초로 출시한 소총인 M16A1부터 시작하여 마루이 베레타 가스건까지 참 많은 총류를 사모았었던 기억을 보면 지금 내가 전쟁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를 찾는건 그닥 어려운 일이 아닌 것 같다.
수많은 전쟁영화가 있지만 대다수 전쟁영화의 캐릭터들을 철저히 감독의 개인적인 사유로 생각하고 판단한다. 죽음과 삶 앞에서 안이하게 대처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 순간만큼은 완전체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보인다. 물론 그 반대일 수도 있다. 완전히 까발려진 몸뚱이와 정신으로 타인를 대하는 것이다. 전우가 총탄에 맞아 죽어간다해도 빗발치는 총탄 사이를 뚫고 구하러 갈 수 있는 이가 몇이나 될까. 그러나 우리는 그러한 행동을 할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완전체들을 좋아하고 사랑한다. 물론 이 영화에서도 '영웅'은 존재한다. 당연히 그는 훈장같은 명예에 대해서는 관대하다. 수많은 전우들을 구했으며 그에따른 전과도 세운 '전설'의 인물 같은 케릭터. 이와 반대되는 성격의 케릭터를 함께 배치함으로써 영화적 갈등요소는 충분해진다. 70년대 영화라고 생각하면 전혀 유치하지도, 이상하지도 않을 법한 설정이다.
전쟁이란 괴물 만들어낸 사회구조의 부조리에 대한 고발이나, 계급사회에 대한 인간적 존엄성 상실등 이런 이야기는 그다지 듣고 않다. 단지 인간 자신에 대한 본성, 감성에 대한 끈질긴 고찰을 통해 겪어가는 이야기가 모든 전쟁영화의 백미라고 생각한다. 풀메탈자켓에서 죽어가는 배트콩을 보며 생각하는 조커의 한 장면처럼.
전쟁영화 매니아라면 놓치지 말아야 할 영화 중 한 편.
maksoju, 2006.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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